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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속으로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새정치민주연합 당권도전의 뜻을 오늘자로 접습니다.


‘리더십의 교체 없이 정권교체는 없다’는 저의 신념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높은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 아직은 역량을 더 쌓을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잠시나마 저의 신념만을 과신한 나머지 국민과 당원의 마음을 얻고자 정성을 다하지 못한 저의 만용과 오만을 반성하며, 더욱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3선 국회의원으로 11년째 정치를 해오면서, 스스로 당 대표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오직 역량있는 당대표와 함께 총선승리, 그리고 훌륭한 대선후보와 함께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정 전반을 다루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대신 소신·용기·열정을 다해 의정활동을 하다가 아름답게 정치를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정치인은 권력을 움켜쥐려고만 하지 말고 아름답게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늘 스스로를 경계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년 초에 이런 생각을 바꿨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누군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새정치민주연합을 구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실패로 점철된 리더십의 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네 번의 큰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당의 모든 역량, 인적․물적 자원까지 총 동원한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네 번이나 실패한 것입니다. 그로인해 반 세기 피와 눈물로 만들어낸 민주주의는 유신의 암흑시대로 역행하고, 민생은 벼랑 끝에 내몰리는 절박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쌓아올린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개탄스런 현실이 더해졌습니다.

 

그런데 승자와 패자가 선택한 길은 정반대였습니다.

 

새누리당은 네 번의 큰 선거에서 연전연승하고서도 계속해서 리더십의 교체가 있었고, 그 결과 9명의 당대표 중 4명은 정치권을 아예 떠났으며 2명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우리 새정치민주연합은 총 10명 중 작고한 김근태 전 의장과 스스로 정계은퇴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중앙정치 무대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패배가 거듭될수록 수천만 지지자와 당원들에게 피눈물을 삼키게 하는 너무도 큰 죄악을 범하고서도 당내 리더십의 교체도,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리더십의 교체와 정체가 이토록 대비되고 있습니다.

 

당원과 지지자, 정권교체를 원했던 60% 국민의 고통은 되돌릴 길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당내에는 이런 현실에 책임지려는 사람이 그 누구도 없었습니다. 잠시 당직만 내려놓는 것으로 끝났을 뿐입니다.
우리 스스로는 책임을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신뢰와 지지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패배의 역사와 실패의 교훈을 가장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당사자들이 다시 지도부에 나서겠다고 다투는 우리 당의 자화상 앞에서, ‘정말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감동없는 전당대회라는 비아냥을 받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리더십의 교체 없이는 결코 새정치민주연합의 변화와 혁신, 나아가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는 확신 속에 그 동안 전국을 누비며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저의 주장에 화답하는 모습을 접하면서, 우리 당의 저변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믿음도 얻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모든 것을 내던지겠다는 각오와 열정만으로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 계파 패권주의의 단단한 울타리까지 넘을 수는 없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나와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생각하고 악으로 규정하면서 포용하지 못하는 낡은 진보의식에서 벗어나야 하고, 국민들로부터 불안한 정당, 정권을 맡길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정당이라는 고착화된 이미지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비판과 반대에만 열중하지 않고 국가의 비젼을 균형감 있게 제시하는 대안정당, 수권정당의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제 저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변화와 혁신, 그리고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을 찾겠습니다.
당장 이전투구에 뛰어들기보다는, 당내의 중도개혁 세력과 함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노선과 정책을 수립하는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지금은 잠시 저의 뜻을 내려놓지만, 당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의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의지와 열정만은 가슴 안쪽에 뜨겁게 담고 가겠습니다.
당의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수많은 당원과 지지자들, 그리고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혁명의지’를 접고 민주세력 승리의 밀알이 되겠다는 정세균 전 대표의 결단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당권도전 후보자 모두가 자신보다 당의 미래를 우선하는 선당후사 정신을 한 번 더 숙고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반드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우리 안의 오만함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2014년 12월 28일

김 동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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