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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사력을 다해야 산다 

[전남일보 기고]






4ㆍ29 재보선 참패를 통해 광주를 비롯한 호남민심이 확연히 드러났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의 과정을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민심으로부터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뼈를 깎는 성찰과 혁신 대신 고질적 이전투구가 재연되고, 급기야 정청래 최고위원의 저급한 '막말 조롱'까지 터져 나왔다.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부끄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 '저러니 맨날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라는 냉소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의 심장이요 생명이라는 광주선거에서 패배했다.


지난해 순천ㆍ곡성에 이어 광주 서구을의 패배는 뿌리부터 흔들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를 웅변한다. 변화의 발원지였던 광주가, 이제는 분노의 진앙지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추락하게 되었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의 총선과 두 번의 대선에서 졌다. 정당의 사활이 걸린 전국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다는 것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큰 죄악을 저지른 것과 같다. 그런데 네 번이나 통한의 슬픔과 좌절을 안겨놓고도, 새정치민주연합은 변화와 혁신은커녕 소모적 계파갈등과 구시대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과 지지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패배할 것이라는 불신과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뿐인가. 정당의 생명이라고 하는 책임윤리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역대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큰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경우가 없었다. 대신, '기울어진 운동장' 운운하며 모두의 책임으로 전가하기에 바빴다. 이렇게 위기국면을 어물쩍 수습하려는 태도가 당의 체질로 굳어졌다. 지난 2월 필자가 당 대표출마를 고심했던 것도 '책임지는 풍토가 무너진 정당은 영원히 이길 수 없는 죽은 정당'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수권역량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깊어가고, 이길 수 있는 강한 정당이라는 믿음은 갈수록 약화된다. 집권 전망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니 지지해야 할 정치적 동기가 고갈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위기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 대안세력으로서 신뢰와 역량을 보여주는 것 이외의 위기극복 해법은 없다.


첫째, 국민의 삶의 문제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민생이슈를 적극 발굴하거나 생산적 공론으로 확장하지 못해 왔다. 정부 여당에 대해 비판만 할 뿐, 정책과 어젠더를 선점하고 관철해 정국 주도권을 잡은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본다. 


둘째, 정책의 안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동안 안보를 등한시하는 불안한 정당, 성장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인식이 각인되어 왔다. 국민의 안보불안을 해소하고, 성장과 분배문제를 함께 파고들 때 지지층의 외연은 더 넓어진다. 그래야 집권 가능성도 커진다. 


셋째, 당 기강을 확실히 다잡아야 한다. 그래서 소위 '싸가지 없고 무질서한 정당' 이미지를 바꿔야 한다. 


자극적인 공격 언어를 동원한 '막말'은 극소수 지지층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할지 모르나 당에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틀린 것'이라 규정하고, 정제되지 않은 인신공격성 언어로 자해행위를 한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당 기강과 정체성 확립은 집권의 필요조건이다. 


필자는 이러한 당의 근본적 변화와 혁신을 원내에서 실현하고자 이번에 원내대표에 도전했지만 계파의 벽은 강고했고, 그 두터운 벽 앞에서 정작 당이 처한 위기의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록 뜻을 펼칠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수권 대안세력으로서 당을 새롭게 혁신하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호남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안방'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신뢰받는 수권 대안정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혁신 이외의 길은 없다. 사력을 다해 구각을 탈피하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끊임없이 혁신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그것만이 새정치민주연합이 회생하고, 부활하는 길이다. 


만일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반성은 시늉에 그치고 혁신은 생색내기 수준에 머물게 된다면, 그래서 무능과 혼선이 계속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징벌대상이 아닌 퇴출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기의식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필자부터 뼈를 깎는 성찰로 심기일전할 것이다.



김동철 국회의원 새정치민주연합


2015.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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